운전이 귀찮다.
여행코스 짜는 일도 번거롭다.
그래서 나는 몇년 전부터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패키지로 국내여행을 떠난다.
지난해에는 사정이 허락되지 않아서 두세번 밖에 가지를 못하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서천 동백꽃 주꾸미 축제"를 시작으로 4.21에는 "강진 오감통통 맛투어-하멜코스"를 다녀왔다.
7시 범어역 출발이라 다른 코스에 비해 다소 느긋해서 좋았다.
[나의 문화유산 담사기]에서 '남도답사 1번지'로 소개 되었던 역사의 고장, 강진!
정약용과 영랑의 모란이 꽃피는 고장, 강진!
월출산을 머리에 이고, 넉넉한 품으로 탐진강을 받아들이는 강진만을 품고 있는 가슴이 넓은 배산임수의 고장, 강진!
대구에서 강진까지는 300여Km를 4시간 가까이 달려야 하니까 제법 먼 거리다.
강진 병영에 도착하자 마자 "수인관"에서 돼지고기 연탄구이로 점심식사를 했다.
먼거리를 열심히 달려 온 탓에 모든 것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4인 한상이 기본인데 돼지고기는 전국 어딜가나 그게 그거지만 전라도 본토 홍어가 코를 자극하며 유혹한다.
마침 모두들 홍어를 못 먹는다고 해서 나 혼자서 홍어 네점을 묵은지에 싸서 먹을 수 있었다.
코끝이 찡하게 울리는게 전라도에 온 보람이 있었다. 다만 우리 부부가 낯선 부부와 함께 4인상에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 이런 부분은 추가 요금을 받더라도 2인상을 따로 주문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정말 좋겠다.
점심식사 후에는 빗살무늬 담장이 너무나 정겨운 한골목길을 거쳐 하멜기념관을 둘러 볼 때는 우리 선조들이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너무 인색해서 하멜과 같은 인물을 노예 취급하며 배척했다는 사실에 대해 일본과 너무 비교가 되어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상들의 어리석음에 큰 한탄을 했다.
병영축제장과 병영막걸리 주조장, 영랑생가를 거쳐서 무위사에 도착했다.
이곳 사찰에서는 마침 기와불사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우리가족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는 축원문을 기왓장에 정성들여 기록했다.
공사 중인 벽운동 별서정원을 관람하고, 냉해를 입어 우전차를 전혀 수확하지 못했다는 회색빛 녹차밭을 바라보며 모두가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여행을 마무리 했다.
모든 코스가 남도문화를 다시 한 번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매우 알찬 일정이었다.
함께 한 가이드와 현지 해설가도 맡은 바 임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번 주말에는 "대관령 양떼목장+강릉중앙시장+안목해변 커피거리"를 예약해 두었다.

[▲ 수인관 상차림]

[▲ 하멜기념관 풍차광장앞을 지나가는 씩씩한 군인들]
*병영성 축제기간이라서 이름 그대로 각종 군사장비도 전시하고 곳곳에 군인들이 많이 보였다.

[▲ 영랑생가 뒷편의 세게 모란공원]

[▲ 무위사에서 간절한 염원을 담아 기와 불사]

[▲ 별서정원 정선대에서 바라 본 옥판봉]

[▲ 새싹이 돋지 않아 우전차를 수확하지 못한 강진다원 녹차밭]
모두들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멀리 양지바른 곳에는 녹색이 살아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싹이 돋아나도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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