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17 초가을, 의성 투어 소감
이른 새벽, 첫닭처럼 잠을 깼다. 오늘은 공직 출신, 고교 동기 모임팀이 삼성여행사를 통해 의성 지역으로 투어에 나섰다.
올해는 세 번째로 부부 동반 나들이다. 3월 고령 대가야(삼성여행사)와 5월 포항에 다녀왔고 이번 9월에는 의성 지역 답사라 감회가 깊다.
세월이 빠르다. 돌고 도는 회전문 계절이 가을로 접어 들었다. 여행하기에 딱 좋은 계절, 여행은 낯선 것들과의 만남으로 마음이 설렌다.
오늘 일정은 고운사를 필두로 의성 전통시장, 조문국 사적지, 산운 마을, ‘의성 마늘소’ 먹거리 타운 순으로 답사한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어느 여행보다도 더 즐겁고 재미있다. 흐르는 세월 따라 쌓이는 나이만큼 깊어가는 우정. 오랜 세월 동안 동고동락해 오면서 금란지교로 한결 같고, 이혼이 성행하는 시대에 부부의 정이 돈독함은 물론 엄처시하이다 보니 판사가 주례 설 일도 없다. 요즘 가정법원 판사는 법정에서 '이혼 주례'라는 육법전서에도 없는 주례 아닌 주례를 선다.
사랑에는 부부 사랑이 원칙이지만 변종 사랑도 창궐하여 사랑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사랑은 흐르는 물에도 뿌리를 내린다지만 세월의 변화로 부초 같은 사랑으로 고초를 겪는 경우가 많다. 남녀관계란 묘해서 연인일 때는 합궁이 이벤트이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생활이 되어 관심 또한 멀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본의 아니게 생활의 냄새가 나지 않는 불륜의 덫에 걸려 가정 파탄으로도 이어진다. 사랑이 올 때는 소리 없이 오지만, 갈 때는 사나운 태풍처럼 청천벽력을 일으키며 남기고 가는 상처와 후유증은 그야말로 심대하다. 그러나 불법적인 사랑도 어디까지나 사생활로 각자의 몫으로 돌릴 수밖에. 부부동반이다 보니 곁가지 언설(言說)이 길었다.
고운사에 도착했다. 솔향기 은은한 산골, 숨은 듯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사찰로 정취가 그윽하다 이 절은 신라시대 고승,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최치원이 중건한 고찰로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이다.
불가에서는 일체의 괴로움은 탐욕과 갈애에서 비롯된다고 설파한다. 절집을 찾는 시간만이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탐욕을 쫓아내 보지만 오늘도 나는 이익과 욕심에 눈이 가려 저 일주문만 나가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중생임을 자복한다. 유한한 삶 속에서 무한한 욕망으로 허우적거리게 됨을.
그리고, 신앙도 문제다. 계율과 계명을 지키지 않는 스님과 목회자도 많고 이를 바라보는 신도들도 스님은 고기로 불심을 재고, 목사님은 술로 신앙의 두터움을 재는 세태다. 신도들 역시 윤리생활에서는 일반인과 별 다를 바 없다.
전통시장으로 갔다. 이 지역은 토종 마늘과 한우의 집산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날린다. 특히 의성마늘은 품질과 효능면에서 우리나라 대표 마늘이다. 시장을 둘러보고 마늘 먹인 한우고기로 우아한 점심식사를 하니 천하가 부럽지 않다. 입술이 항문보다 못한 일부 정치인에게는 고기 금지는 물론이고 마늘 채로 혹부리 나게 맞아야 할 것이다.
조문국 사적지와 박물관을 탐방했다. 자료를 보니, 이곳은 2천 년 전 고대국가 조문국의 도읍지로 21대 왕 369년 동안 존재한 나라란다. 고분군과 경덕왕릉, 고분전시관 등이 의성군의 좋은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산운 생태 마을로 갔다. 조선시대 관찰사 이광준이 이 곳에 정착하여 이룬 마을로 학록정사, 운곡당, 소우당, 점우당 등 지정문화재와 전통가옥이 보존되어 있고 산운생태공원 조성으로 관광객의 휴식터가 되고 있다.
마지막 코스로 먹거리타운으로 갔다. 의성마늘을 먹여 길러낸 소가 바로 ‘의성마늘 소’로 마늘소를 더 잘 알리기 위해 의성 마늘 소 먹거리타운을 조성했다고 한다. 고기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어둠이 찾아든다. 피곤한 몸이지만 마음만은 즐겁다. 마음이 힘들면 꽃도 무게로 다가오지만 마음이 즐거우면 무거운 몸도 깃털이 된다. 부부팀 친구들이 함께한 오늘의 표정에는 우정과 애정의 물결이 넘실넘실 밀려온다.
친구들이여, 건강관리는 나이를 불문하지만 특히 우리 나이는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때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죽는 것은 병풍 뒤에 먼저 눕는 사람이 형님이 된다. 숨 쉬고 있을 때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 건강과 행복이란 품목은 백화점에서 팔지 않는다. 오직 자기 손에 달려 있다.
시중에 회자되는 유행어로, 사람이 나이 들어 꼭 필요한 것은 돈도 중요하지만 1번은 무릎관절이고 2번은 할 일, 3번은 친구라 했다. 게다가 돈마저 없으면 인생은 적막강산이고, 관절 튼튼하고 친구 있고 돈 있으면 금수강산이라 했다. 인생에는 만사형통이란 없다. 그래도 어찌하랴. 노력하며 살 수 밖에.
내 인생 여정에 오늘 하루도 감사한 날로, 여행길이 인생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성찰하게 한다. 가을이 가을가을 깊어 가면 더 많은 여행을 다녀야겠다.
여행은 주유소와 같다고나 할까. 삶에 지쳤을 때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 돌아갈 수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