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토)

가을이 깊어지면 누구나 마음속에 아른거리는 풍경하나, 바로 오색찬란하게 물든 산사의 모습일 것입니다. 저도 올해 단풍 여행을 계획하다 삼성여행사의 <합천누비GO> 단풍여행을 선택하고, 천년고찰의 기품과 자연의 경이로움이 어우러진 ‘해인사 단풍‘ 여행을 비롯한 ‘정양늪생태공원’ ‘합천영상테마파크+청와대세트장’ 여행을 지난 주말 배우자와 함께 떠나기로 했습니다.

 

아침 8시, 홈플러스 앞에서 출발한 버스는 1시간이 채 안되어 해인사에 도착했습니다. 해인사 입구 주차장에 주차한 차에서 내려 해인사를 향해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면서 수채화처럼 멋지게 펼쳐진 자연의 풍경 앞에 숨을 멈추고 우뚝 서서 잠시 ’가을'을 만끽하였습니다. 

 

오색 찬연한 자연을 품에 안고 황홀한 기분으로 올라가니 성보박물관이 눈 앞에 보였습니다. 불교 문화재를 소장 전시하고 있는 곳이지만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스쳐 지나 해인사로 향했습니다. 

 

성보박물관에서 해인사 입구까지는 20 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입구까지 가는 길에 단풍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해인사 입구에서부터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걷는 단풍 터널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양쪽으로 쭉쭉 뻗은 아름드리나무들은 높은 가을 하늘과 함께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이었습니다. 이 길이야말로 이번 해인사 단풍 여행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요.

 

해인사 소리길은 대장경테마파크 입구에서 해인사까지 약 6km 이어진 친환경적인 탐방로라고 하며, 홍류동 계곡이라 불리는 이유는 가을 단풍이 계곡물까지 붉게 물들인다 해서 붙혀진 이름이라 합니다. 홍류동 계곡을 따라 울창한 송림과 기암괴석이 함께 어울린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걷는 것은 나만의 가을 낭만일까요? 자연이 교감하는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세월이 흐르는 마음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으니 이 보다 더한 삶의 힐링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단풍과 호흡할 수 있는 길이 바로 해인사 소리길 아닐까요? 단풍잎은 화사한 버건디 빛을, 때론 무르익은 홍시의 새침한 색으로 눈 앞에 다가와 내 앞에서 마치 빛의 공연을 펼치는 것 같습니다. 

 

소리길 곳곳에서 여행객은 휴대폰과 카메라를 들고 추억을 담아갑니다. 도란도란 이야기 를 나누며 걷는 중년 부부, 연인,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무리를 지어 웃고 장난치는 단체 여행객의 모습도 가을이기에 가능한 모습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해인사 입구를 통과하며 마음 속으로 스며드는 번뇌를 잠시 내려 놓아 봅니다. 가능할지 모르지만요. 소원을 적어 메달고 국사단에서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원나무엔 ‘소원나무’답게 많은 간절한 소원이 적혀 있었습니다. ’의대 합격 바랍니다’라는 현실적인 글귀,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이라는 내용 등이 적힌 소원지가 빽빽히 달려 있어, 역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가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절의 중심인 구광루에 있는 북카페에서 배우자와 함께 도라지차와 생강차로 잠시 몸과 마음을 달래보는 시간을 가지고 난 후, 관음전, 대적광전 등 해인사가 자랑하는 여러 건물을 지나 발걸음을 장경판전으로 옮겼습니다. 세계 유일의 대장경판 보관용 건물인 장경판전은 지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해라고 합니다. 국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장경판전에 도착했지만, 모든 곳이 가드레일로 막혀 있어 가까이서 팔만대장경을 보기는 힘들었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역사의 향기는 조용한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래도 장경판전의 목조창틀 사이로 팔만대장경의 모습을 살짝 옅 볼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경내 곳곳이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특히 대적광전으로 향하는 길목과 장경판전 주변은 단풍이 특히 아름다웠습니다. 웅장한 사찰 건물과 붉게 타오르는 단풍의 조화는 왜 많은 사람들이 해인사 단풍을 최고로 꼽는지 실감하게 합니다. 배우자와 함께 잠시 걸음을 멈추고, 천년의 역사가 깃든 공간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해인사의 가을 풍경에 취해 점심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고 있다가, “가야산에 왔다면 신선한 나물이 가득한 ‘산채비빔밥’ 한 그릇해야지 하며 바쁘게 식당을 찾아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내려와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쫴끔 늦은 시간에~

 

12시까지 해인사의 붉고 노란 단풍 빛에 젖어 가을을 만끽한 후 두번째 코스인 정양늪 생태공원으로 향해 12시 50분경 목적지에 도착, 생태공원 탐방에 나섰습니다. 정양늪을 한바퀴 도는데는 45분 가량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는 생태늪 한쪽으로 설치된 데크를 따라 자연을 탐구하는 듯한 기분으로 늪 주변을 여기저기 들여다 보며 신비한 그들만의 이야기라도 들으려는듯 관심있게 보았습니다. 여름에 꽃 피우는 연꼿의 아름다운 자태는 간곳 없고 지금은 말라버린 연잎만 늪 위로 앙상하게 남아 스산한 분위기가 눈 앞에 전개 되었습니만, 생태늪 자체는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듯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어디선가 갑자기 날아오른 물새 떼의 비상에 깜짝 놀라 소리지르는 배우자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그 순간의 행복을 기억에 담아두렵니다. 다만 늪을 관찰하면서 정양생태늪에 살고 있다는 어류, 곤충, 조류, 포유류와 식물을 발견할 수 없는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걷는 내내 신비로움과 평온함을 한껏 느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정양늪 생태공원 탐방을 마치고 세번 째 방문지인 ‘합천영상테마파크’와 ‘청와대 세트장’으로 향했습니다. 현장에 도착 후, 영상테마파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청와대 세트장을 먼저 가는 것으로 얘기가 되어 현장까지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탈까도 했지만 배우자가 운동삼아 걷자고 하여 도보로 갔는데 가는 길이 계속 오르막 길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실제 청와대의 70% 크기로 만들었다는 세트장은 외관만 보면 실제 청와대와 매우 비슷했습니다. 입구를 들어서니 청와대 세트장이지만 레드카펫이 정말 청와대를 연상케 했습니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대통령 담화가 열리는 춘추관에서 대통령 자리에 앉아 전화를 거는 포즈를 취하며 그 기분을 한번 느껴보았습니다. 특히 영상관 내부는 거울로 되어 있어 부딪칠까 조심스레 움직였으며, 사람이 움직이면 작품도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청와대 세트장에서 나와 도보로 ”합천영상테마파크”로 향했습니다. 꿈과 현실이 만나는 전국적인 영화세트장 명소로 자리 잡고 있어 더없이 매력적인 여행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국내 최고의 특화된 시대물 오픈세트장이라는 설명이 말해주듯, 이 곳에서 사람과 자연, 영화가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순간을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길 수 있도록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잊지 못할 가을의 시간을 담아 볼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골목길을 돌고 돌아 가면서 그 시대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우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또 하나의 추억은 배우자와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다 먹은 호떡과 오뎅 국물의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며, 휴대폰 밧데리가 나간 줄도 모르고 옛날 국수를 맛있게 먹고 나와 걷다, 버스 탑승 시간이 늦었다는 안내 방송에 깜짝놀라 뛰어갔던 그 때 그 순간의 다급함과 미안했던 추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 <합천누비GO> 여행은 단풍놀이와 역사 탐방을 한 번에 즐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가까운 단풍 명소 찾으신다면 ‘합천 해인사’ 강력 추천드립니다. 끝으로 여행하는 동안 안전 운전을 해주신 기사님과 여행 내내 웃음과 친절을 아끼지 않은 조이유 인솔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함께 여행하신 여행객 여러분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