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행을 미리 계획해서 가기보다는, 마음이 가라앉을 때 가까운 곳으로 훌쩍 떠나 힐링하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남편이 제사를 지내지 말자고 해서 시간이 조금 여유로워졌습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허전해져서 삼성여행사 특가 상품을 살펴보았는데, 마침 ‘4인의 거장들 – 불국사 석굴암’ 여행이 눈에 띄었습니다. 날짜도 제가 원하던 시기와 맞아떨어져서 따지지 않고 바로 예약했습니다.

여행 날인 10월 3일은 아쉽게도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도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네 거장의 작품을 알천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관람료 5,000원은 여행사에서 제공해 주었고, 해설사 선생님께서 작품과 인생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흥미롭게 풀어주셔서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들이 훨씬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덕분에 그림 감상 시간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점심은 월정교 근처에서 먹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교촌마을의 ‘진수성찬’이라는 식당이 인터넷에서 평이 좋아 기대하며 찾아갔는데, 줄이 너무 길어 시간이 맞지 않을 것 같아 옆에 있는 ‘교촌300년집’으로 향했습니다. 불고기비빔밥 등 메뉴가 있었는데 가격은 조금 높은 편이었지만 음식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정갈하고 맛도 뛰어났습니다. 경주에 와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행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비가 오고 무릎도 아픈 상태라 불국사 안까지 들어가지는 못했고, 근처 찻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퀴즈 게임이 있었는데, 운 좋게 1등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려 기분이 더 좋아졌습니다.

이번 여행의 가이드 선생님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차분하고 수준 높은 안내를 해주셔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덕분에 이번 여행도 또 하나의 성공적인 여행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