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구나 해서 찾아간 거창 여행은 소소하면서도 일정마다 소홀함이 없었던 일정이었다.

아침 8, 법원 앞에서 언제나처럼 정시에 출발했다. 기다리거나 기다려주어야하지 않고 출발시간이 정확한 것이 이제는 당연스러워졌다.

며칠 주춤했던 무더위는 다시 기세를 올려 아침부터 만만치 않았지만, 목적지가 가까운 덕분에 중간에 휴게소도 들르지 않고 예정시간 보다 조금 앞서서 첫 번째 여행지에 도착했다.

Y자형 출렁다리가 있는 출발지는 항노화힐링랜드라는 곳이었다. 산림휴양관이며 몇가지 시설들도 잘 준비되어 있었다.

Y자형 출렁다리까지 가는 길은 567계단 산길과 숲길이었고 계단마다 '520/567' 이렇게 남은 계단수와 전체 계단수를 표시해 두고 짧지만 좋은 글귀들이 적혀 있었다.

가끔 불어오는 산바람이 없을 때는 깊은 골짜기와 우거진 나무숲이 무색하게 찌는 듯한 무더위였는데, 걸음이 느린 일행들을 일일이 챙기며 괜찮아요, 시간 넉넉해요라며 보폭을 맞추는 가이드님 덕분에 출발하면서 가다가 너무 힘이 들면 중간에 돌아와도 된다는 설명도 있었지만 한 분도 빠짐없이 정해진 코스를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넉넉한시간 덕분에 계곡물에 발도 담그며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거창 시장이었다.

마침 16일의 오일장날이었지만 날씨 탓인지 시장은 예상했던 것 보다 한산했다. 그래도 정성스레 다듬은 고구마줄기, 무명실로 묶은 깻잎, 더위에 지친 상추와 푸성귀나물들 같은 소박한 풍경은 정겹기 그지없었다.

이것저것 장을 보다 보니 손에는 어느새 검정 비닐봉지가 하나둘 늘어났다. 시장의 이름난 묵밥, 국밥, 칼국수 맛집 대신, 우리는 낙지볶음밥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무난한 한 끼였다.

세 번째 목적지인 수승대는 속세의 근심 걱정을 잊을 만큼 풍경이 빼었났다고 이름이 난 장소인 만큼 물이 맑고 시원한 계곡이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가득했지만, 넓은 계곡과 울창한 나무 그늘 덕분에 북적임보다는 활기가 느껴졌고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물놀이에 하는 모습이 자유롭고 즐거워보였다. 군데군데 안전요원이 지켜주니 안심도 되었다.

나무 그늘 아래 시원한 바위에 앉아 쉬었고, 일부 일행은 다시 수승대 출렁다리를 다녀오기도 했다.

 

 

마지막 일정은 축구장 66배 크기라는 어마어마한 수변생태공원인 창포원이었다.

오후가 기울어가는 시간인데도 바람이 불지 않는 평지에서의 무더위는 이곳 저곳 돌아보기에는 쉽지 않아서 창포원북카페에서 출발시간전까지 잠시 쉬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펼쳐본 책에서 읽는 몇 이야기들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창포원은 무더위만 아니었다면 볼거리가 참 많았는데 다 보고 오지 못해 무척 아쉬운 곳이었다.

 

거창하구나 해서 찾아간 여행은 소소했지만 참 다양했고 왕복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아 여행지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해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가이드님도 여행하는 사람들도 바쁜 걸음을 하지 않았던 것도 좋았다.

여승인 가이드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행여나 출발, 도착 시간에 늦을까 무더위 아랑곳 하지 않고 여기 저기 다니며 일일이 챙기고, 여행지마다 장소 설명과 이용 안내도 반복해서 설명하고 잊지 않게 신경 써 주셔서 정말 알찬 하루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