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해서 떠나간다. 일요특가 받고 대구를 떠나간다. 첫번째 코스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 9시40분 청양고추의 매운맛처럼 천장호에 도착하니 바람이 어디서 그렇게 불어오는지,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힐링시켜 준다. 천장호라는 호수가 있고 울창한 숲이 호수를 감싸고 우거져 있는 칠갑산 자락이 아닌가! 찜통더위 탈출을 제대로 한 셈이다. 덥다고 집에만 있을 것이 아니다. 역시 직립보행의 인간임을 실감케 했다. 걷는 것이 좋아 좋아!
11시30분 부소산성 도착. 숲은 울울창창 우거지고 바람은 산들 산들,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반갑고 고맙다. 대구에 있었더라면 무더위에 얼마나 몸부림을 쳤을까? 더워도 움직여야 함을 실감케 한다. 숲은 한여름으로 최고로 우거져 있고, 길은 너무나 잘 포장되어 있다. 걸으며 시원한 물마시고, 땀으로 쌓인 찌꺼기를 배출한다. 부소산성 2.4km 이상을 쉬며 걸으며 극기훈련을 한다. 작은 얼음 가방에 물을 얼려서 가지고 갔더니 하루 종일 시원한 물을 몸에 충전할 수 있었다. 최고다. 한여름에는 시원한 물만한 보약이 없는 것 같다.
영일루(迎日樓): 부여 사람 원곡 김기승 선생의 글씨(중간에 해 일을 작게 쓴 것은 해가 저멀리 작게 뜨오르는 모습을 연상케 하기 위함이란다)
서경 요전에 나오는 글이다. 뜻은 “뜨는 해를 공손히 맞이하다.”이다. 나는 평생을 서예인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현판이나 대련 등의 글씨를 늘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 해석해 본다. 누구나 본인의 관심사로 아는만큼 보게 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양식을 함께 쌓아가니 아마도 여행경비를 조금 더 내어야(?) 할련지. 감사드린다.
부여 궁남지에 도착했다. 남한 최대의 연꽃단지 답게 너무 넓어서 다 걸어다녀 볼 수가 없다. 수많은 인파가 곳곳에 흩어져서 연꽃 축제를 즐기며 사진을 찍는다. 여름의 여왕, 연꽃이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리고 피기 시작한 것 같다. 여기 쿵짝 저기 쿵짝, 신나는 노랫가락이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즐기면 된다. 즐겁게 살고 죽을 때 내 발로 화장실 갈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열치열 신명나게 살자고 다짐한다. 곳곳에 수양버들, 백련, 홍련, 수련 등등 예전에는 이곳이 이리 크지 않았는데 몇십 년 만에 엄청 넓어진 것 같다. 쉼터에 앉아 선들 선들 불어오는 바람에 한없이 앉아 멍때린다. 아! 이 망중한이 너무 좋다. 이 곳은 넉넉한 시간으로 안배되어 여유를 즐길 수가 있다. 때로는 고요히 연을 감상하며 주돈이의 애련설을 연상했다. "물과 뭍 초목의 꽃중에 사랑할 만한 것이 심히 많지만, 진나라 도연명은 홀로 국화를 사랑했고, 이씨 당나라 이후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심히 사랑했으나, 나는 홀로 연꽃을 사랑하네, 진흙에서 나왔지만 물들지 아니하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네." ~~ 이렇게 시작하고 있으니 연을 노래한 시로써는 역대 최고로 시인묵객들에게 애독되는 글이다. 이 시에서는 연꽃을 군자에 비교한다. 군자처럼 고고하고 맑고 깨끗한 자태를 풍기는 연꽃을 한없이 바라보며, 마음을 정화한다. 은근이 구름이 가리운 궁남지, 내리쬐는 땡볕이 아니니 또한 얼마나 고마운지. 오늘은 거의 2만 보 이상을 걸었지만, 울창한 숲과 백제의 한서린 역사, 궁남지의 연꽃축제가 나로 하여금 보람있는 하루를 느끼게 했다. 애일(愛日)~ 오늘 하루를 아끼며 사랑한 날이다. 굿 굿 굿!
*** 오늘 하루 안전 운전하시느라 수고하신 드림관광 기사님, 그리고 캡틴 신동엽님, 두 분 다 친철하시고 성심성의껏 여행객을 모시고 안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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