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과 공룡, 그리고 고요한 연못에서의 하루”
1. 그레이스 정원 — 수국의 바다를 걷다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시간, 고성 그레이스 정원에 도착했습니다.. 정원 입구부터 반겨주는 건 형형색색 만개한 수국들. 분홍, 보라, 파랑, 하얀 수국들이 가지마다 피어올라 정원을 마치 동화 속 마법 정원 같았습니다.. 바람에 수국이 살랑이며 부딪히는 소리는 꽃들의 속삭임 같았고,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향긋한 여름의 냄새가 발끝에 맺혔습니다.
정원 곳곳엔 각양각색의 테마가 조성되어 있어 걷는 재미가 있더군요.. 앤틱한 분수대, 유럽풍 벤치, 그리고 메타세콰이어길.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그림처럼 길을 만들었고, 그늘 아래 앉아 수국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한 장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2. 상족암 군립공원 — 공룡 발자국 위를 걷는 시간여행
정오쯤 도착한 상족암 군립공원은 그야말로 시간의 강이 흐르는 장소였지요. 절벽 아래 펼쳐진 해안선을 따라 걸으면, 바위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공룡 발자국들. 수천만 년 전 이곳을 걸었을 생명체들의 흔적이, 지금 내 발 밑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비로웠습니다. 마치 이곳은 지질시대로 떠나는 타임머신 같았습니다.
기암절벽과 동굴,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상족암은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예술 작품. 그 앞에 서니 말보다 침묵이 어울리는 풍경이었습니다.
3. 장산숲 — 연못에서의 고요한 오후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조용한 장산숲. 팽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있고,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쪽에 고요히 자리한 연못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수면 위로 나뭇잎 그림자가 물결처럼 퍼져 있었습니다.
연못 옆 벤치에 앉아 바삐 움직였던 하루가 그 순간만큼은 유유자적(悠悠自適) 했습니다. 장산숲은 말이 필요 없는 곳있었고 나무의 속삭임과 물소리, 그리고 내 안의 고요함이 하나가 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나무 위 새소리, 멀리서 들리는 바람 소리까지도 모두 풍경이 되어 마음을 적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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