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홍천의 수타사에 들렀다. 수타사에 대해 전혀 모르고 갔는데 소조사천왕상, 원통보전 등 보물이 많은 오랜 사찰이었다. 특히 보장각의 월인석보는 보물로 원본이 흙으로 빗은 사천왕상 속에서 발굴되었다고 한다. 월인석보는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과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 지은 석보상절'을 합쳐 간행한 책이다. 이렇게 귀한 자료를 눈으로 보는 광영을 얻은 셈이다.
오래동안 꼭 가보고 싶었던 인제 자작나무숲을 드디어 다녀왔다. 날씨도 너무 좋아서 덕을 단단히 보았다. 순백의 설경위에 하늘로 쭉쭉 곧게 뻗은 신선나무, 요정들이 올라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생각만 하여도 힐링이 된다. 두시간 동안 아이젠을 하고 걸어올라 가니 65세의 나이에 '그만 갈까,' 포기도 하고 싶었지만 지금 안가면 이후 다시 결심을 못할 것 같아 거북이 걸음이지만 쉬엄쉬엄 쉬지않고 걸으니 별바라기 숲에 당도할 수 있었다. 사방이 온통 자작나무 숲으로 우거진 곳이다. 태풍에 고개를 숙인 나무도 있지만 내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는 듯 하다. 마음이 절로 순박해지고 예뻐진다. 설경위에 온통 순백의 나무들이 하늘로 솟아있다. 촬칵 촬칵 ... 모두들 휴대폰 카메라에 담느라 열일하고 있구나.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가면 끝없이 자작나무 우거진 곳을 지나간다고 들었지만 난 여기로도 대만족이다. 이렇게 멋지고 아름답고 고요할 수가 없구나. 정말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카메라를 놓고 이 공기와 분위기를 느끼자, 정말 행복하고 기쁘다. 고생끝에 낙, 오기를 매우 잘한 것 같다. 오늘도 난 나의 하루를 아껴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고 사랑하는 나무를 보듬어 본다. 고맙다. 자작자작 자작나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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