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어머니 따라 겨우 몸을 일으켜 짜증을 온갖 내고나서는 여행사 단체 여행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막상 밖에 나가니 기분이 좋아졌지만 이미 낸 짜증이라 기분이 계속 안 좋았다. 여행사 버스에 오르고 한참을 달리며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지만 기분이 계속 안 좋았다. 그래도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 같아 기분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임실 치즈 축제에 도착했는데, 온갖 먹거리 들만 가득 있어 또 기분이 안 좋았다. 하지만 국화부터 젖소, 치즈 같은 우리나라의 전통과는 조금 다른 이색적인 분위기를 접하니 좀 특이하긴 했다. 줄을 서서 치즈 시식을 했는데 맛은 있었지만, 줄까지 서가면서까지 시식을 하는 것이 좀 힘들고 싫었다. 그래도 얼마나 맛있어서 이렇게 줄 서나 싶어 한번 기다렸는데, 구운 치즈가 맛은 있긴 했다. 아줌마 발동이 걸린 엄마는 나를 먹이려고 시식 음식을 막 주는데, 맛은 있었지만 조금 부끄러웠다. 어딜가나 사람 떄문에 짜증이 난다. 엄마도 이런 사람들 많은 곳이 뭐가 좋다고 자꾸 가자고 하는지. 짜증만 나는데 말이다. 전주 한옥마을도 먹거리들만 즐비해서 한옥만 잔뜩 볼 줄 알았는데, 먹는 것들만 잔뜩 있었다. 배가 고팠으면 전주비빔밥이라도 한번 사 먹는 건데, 배도 별로 안 고팠고, 재미도 없었고, 그랬다. 엄마는 우리나라 역사는 다른 나라 먼저 침략 한번 한 적 없어 생활 문화가 참 서글프다고 하시면서 농악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셨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게 잘 한 건지. 잘 살기 위해 다른 나라 침략할 수도 있고 그런거 아닌가? 다른 나라들은 다 그랬잖지 않은가? 힘이 없다고 생각해서 자진해서 그냥 참고만 산 거 아닌가? 그래도 엄마는 참고 살아도 이렇게 4천년의 역사를 유지해왔다는 건 참아도 잘 승화시켜 참은 거라면서 우리나라가 대단한 나라라고 자꾸 칭찬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