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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된 친구들과 학생시절 소풍이후 처음으로 기차여행을 나섰다. 금요일 자정이 가까워 동대구역을 출발한 열차는 바쁠것없는 우리네 마음을 아는듯이 적당한 쉼을 거듭하며 여섯시간여를 달리더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이라는 정동진역에서 달림의 마침표를 찍는다. 약간은 쌀쌀한듯한 만추의 새벽은 싱그럽고, 곧 이어 펼쳐질 동해 일출의 황홀한 기대감에 설렘의 고동이 가슴 밑바닥에서 치밀어 오른다. 이름없던 바닷가 간이역이 드라마 '모래시계'의 유명세와 더불어 정동진역도 세월의 흐름속에 그 팔자를 달리하는 과정은 "자고나니 유명해졌더라" 는 사람의 그것과 흡사하다. 묵호항 수산시장에서 곰치국으로 허전한 속을 달래고 조선조의 대표적인 문인이었던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무대로 알려진 죽서루에 올랐다. 죽서루는 오십천이 휘돌며 갂아지른듯한 절벽위의 자연 암반위에 기둥을 세운 특이한 건축물인지라 노출된 기둥들의 키높이가 다양하다.오십천 건너 물돌이동 지형에 앉은 삼척동굴엑스포공원이 조화롭고 공원을 휘감아 흐르는 오십천 쪽빛 물길은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깊더라. 인근의 삼척동굴신비관의 다양한 전시물과 돔형 천장을 스크린으로 한 아이맥스영화관의 폭발하는 화산, 분출하는 용암, 눈앞으로 달겨드는 박쥐무리의 실감나는 영상은 가히 '장관'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삼척 추암 촛대바위! 얼마전까지만 해도 극장에서 영화 시작전의 애국가 도입부 일출 장면의 주역인 촛대를 닮았다는 그 동해변 암봉이다. 금가루인듯 고운 모래의 명사십리 해변은 평화와 긴장이 공존하는 양 험상궂은 철조망은 끊어질듯 이어짐을 되풀이 하니 분단조국의 현실을 일깨우는 가운데 40여년전의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침투사건과 20년전의 잠수함 침투, 좌초사건이 떠올라 가슴을 아리게 한다. 추암역에서 바다열차에 오르니 좌석 방향이 전부 좌향 좌, 바다쪽을 향한 2열 배열이 산뜻한 경험을 안겨준다. 정동진역에서 하차하여 대구행 귀가열차로 갈아타고 집으로 향하는 지금, 이번 여행을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은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비용 대비 실속있는 여행상품을 개발해준 삼성여행사에도 고마운 마음에 무궁한 발전을 빌어본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