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18 의림지/동강 레프팅 소회
어정 7월 건들 8월, 시계는 정직하게 돌아가는데 세월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오늘이 벌써 8월 셋째 휴일로 가을을 임신한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막바지 더위를 즐기기 위해 제천 의림지와 강원도 영월 동강 레프팅을 하러 떠난다. 이번 투어는 고향의 중학교 동기 산악회에서 가는 행사로, 매년 여름이면 1박 2일로 가지만 올해는 5월에 중국 태항산을 다녀온 관계로 당일치기인 삼성여행사의 여행 상품인 동강 레프팅으로 결정했다.
먼저 제천에 있는 의림지에 도착했다. 제천시는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의 본향으로 시의 캐릭터는 '박달 신선과 금봉 선녀'이고, 의림지는 김제의 벽골제와 밀양의 수산제와 함께 고대 수리 시설의 하나로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저수지이다.
의림지의 조성 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삼한 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신라 진흥왕 때 악성(樂聖) 우륵이 개울물을 막아 둑을 쌓았다는 전설도 전하며, 그 뒤 700년 후 이곳에 온 현감 박의림(朴義林)이 좀 더 견고하게 새로 쌓은 것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조선 세조 때 정인지가 체찰사로 이곳에 왔다가 3도의 병력 1,500명을 동원하여 대대적으로 공사를 시행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이 의림지는 국가 명승 제 20호로, 제천 10경 중의 제1경이다. 호반 둘레는 1.8km로 제방에는 수 백 년이 넘는 노송 군락과 버드나무 숲인 제림(堤林)을 배경으로 영호정과 경호루 같은 정자와 누각이 있으며, 근간에는 폭포도 만들고, 우륵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이곳에 우륵정이라는 정자도 건립하였다. 특히 8작 지붕의 정자인 영호정은 조선 순조 7년 이집경이 건립하였고, 6.25때 파괴된 것을 후손인 이범우가 중건(1954년)하였으며, 이범우는 3.1운동 때 제천 지방의 만세 시위운동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제천 의림지를 답사한 후 여행사에서 예약한 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 식사를 한 다음 동강으로 갔다. 강원도 영월 깊은 산골짜기로 길고 넓게 흐르는 동강은 경치가 좋은 데다 강물이 완만하게 흐르다가도 급류를 만나게 되는 등 다이나믹한 장소라 레프팅을 하기에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다 갖춘 곳이다.
오늘도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으며, 엊그제 내린 비로 수량(水量)이 풍부하여 레프팅 하기에 적격이었다. 우리 일행도 조교의 구령에 맞추어 동심으로 돌아가 노를 젖는가 하면, 가까이로 지나가는 배를 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치 해전이라도 벌이듯 물세례를 퍼붓기도 하고, 또 배 안에서도 개구장이처럼 방심하고 있는 친구를 기습적으로 물에 빠뜨리기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귀갓길에 올랐다.
오늘 친구들과 함께 역사 공부를 곁들인 의림지 답사와 팀워크를 이룬 물놀이 겸 수상 운동을 하며 즐겁게 보낸 동강 레프팅은 우리들의 우정사(友情史)에 또 한 줄의 추억으로 올리게 되었다. 오늘 이 레프팅에서 느낀 것은 거친 물살에 배가 요동치는 것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배의 몸부림으로, 우리의 삶도 이러하지 않을까 한다. 부부싸움도 친구간의 다툼도 다 균형과 조화를 맞추어 나가는 흔들림이며 앞으로도 많이 겪게 될 것이다. 그럴 때는 오늘 우리가 거친 물살을 합심하여 능숙하고 자신감 있게 노를 저으며 헤쳐 나온 것처럼 그런 삶의 자세를 가진다면 한층 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리라. 도종환의 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가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지 않은가.
지난 날을 회고해 볼 때, 우리들의 인연은 참으로 길고 깊다. 철없던 소년 시절, 동향이며 동문수학으로 맺어진 인연으로 인생의 굽이굽이를 헤치며 살아오면서 이어오고 있는 우정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빛나고 있다. 지금도 만나기만 하면 곧장 정신 연령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철딱서니 없게 노는 행복한 관계이다. 이러한 것은 우정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기에 만남과 관심 그리고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다.
친구들의 자랑거리는 고단한 인생길에, 나이에 비해 진부한 고정관념과는 달리 순리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려고 기를 쓰고 맞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저 흐름에 끌려가지도 않으면서 자기답고 아름다운 인생의 길을 가고 있다. 세월 따라 낡고 시들어가는 게 아니라 최상급 빈티지 와인처럼 향과 풍미를 더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친구들이여, 이번 투어는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하게 보낸 좋은 기회여서 기쁘고 보람되었지. 세월이 흐르면 몸은 시들어가겠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푸르게 살아가자. 때가 되면 오고, 때가 되면 가는 것이 계절이라지. 가을을 잉태한 무덥던 이 여름도 머지않아 가을을 출산하겠지. 그때 만나 다시 산행을 해보세. 모두가 건강하기를 두 손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