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를 서울서 보냈고 처가가 충남 보령인 나에게 대전은 열차로 고속도로로 헤아릴 수 없이 스쳐지나던 도시에 불과했다. 그나마 학창시절에 선후배들과 계룡산에 등산한 일, 엑스포 대회에 참관했던 일 정도가 기억나고 어쩌다 업무차 정부기관에 잠깐씩 들렀을 뿐이다.

부족했던 여름 휴가를 보충하자는 마나님에게 이끌려 나섰던 오늘 여행은 그동안 별볼일 없겠거니 도외시했던 대전의 관광지로서 가치와 면모를 새롭게 발견하는 값진 시간이었다.

계족산 황톳길 걷기, 하늘강 아뜰리에 다육이 화분만들기 체험, 중앙시장 점심시간, 장태산 자연휴양림 메타세콰이어 숲 걷기와 유성 온천지구내 족욕체험 등 다섯 코스가 나로서는 하나같이 의외로 놀랍고 알찬 시간이었다.

먼저 붉은색 촉촉하고 보드라운 황톳길 걷기와 마지막 온천수 족욕체험은 언제나 발로  뛰는 정신으로 승부를 걸어온 선출직 외길에서 말 못할 고생만 시키고 무좀으로 오래 고통을 당해도 제대로 치료도 못해온 발에게 비로소 미안함을 미미하나마 덜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맨발 걷기의 효과 때문에 처음 개설하셨다는 사실에서 발 건강에 대한 방책과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 족욕체험코스도 발을 통한 건강관리의 효과를 가늠해보는 기회였으며 빡빡한 일정의 마무리 코스로서 안성맞춤인 듯했다. 그리고 드물게 온천수를 이용한 공공 개방형 시설이란 점에서 애민정신을 바탕으로한 관광객 유치전략의 앞선 사례로 손꼽을 만했다.

다육이화분만들기 체험 또한 시설과 재료는 물론 교육하시는 주인장의 용모와 기법 등 여러모로 아주 세련되고 깔끔한 진행이면서 아울러 대청호 물가라는 입지 또한 힐링 효과를 극대화해주는 것 같았다.

40여년전부터 식재된, 쭉쭉 뻗은 거대한 메타세콰이어가 빽빽히 늘어선 장태산휴양림 숲은 콘크리트에 둘러쌓인 도시인의 휴식처로서 이보다 더 귀한 곳이 또 있으랴 싶다. 짐을 내려놓고 모자, 장갑, 신발과 양말까지 벗고 벤치에 잠시 누우니 아스라히 수렴된 우듬지에 떠받쳐진 검푸른 잎들이 하얀 하늘을 밀어올리며 발 아래 깃든 사람의 지친 심신을 넉넉히 어루만지는 듯했다.

오늘 대전 여행에서 심신 힐링과 함께 개인적으로 얻은 너무나 인상적인 점은 개인 자산가의 기부가 도시인의 휴식은 물론 관광자원으로도 엄청난 값어치를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계족산 황톳길은 지역 대표 주류회사 오너의 투자결심으로 조성되고 여태 관리되고 있으며 장태산 메타세콰이어 숲 또한 건설업으로 모은 자산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만들어낸 명품 자원이다. 

이밖에도 가보진 못했지만 수퍼마켓으로 평생 모은 전재산 30억원을 기부받아 지어서 활발하게 이용중인 평송 청소년수련원도 여간 거룩한 기부가 아닐 수 없다. 

점심엔 중앙시장의 규모에도 입이 벌어졌지만 서둘러 요기를 마치고 요즘 전국에 인기몰이중인 인근의 성심당 빵집을 들렀다. 역전의 초라한 찐빵집으로 시작했지만 일찌감치 직원의 보험을 가입하고 선진국 연수까지 시키는 앞선 경영으로 중견기업을 일군 성심당 빵집의 성공사례가 이렇다할 대기업이 부재함에도 그런대로 살만한 광역시를 버팅기는 기둥이요 미래를 기약할 만한 저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중소기업,자영업 위주의 경제구조는 대구와 같은데 왜 대구엔 내놓을만한 관광자원 기부사례가 잘 보이지 않을까? 알찬 힐링으로 심신은 비록 가벼워졌으나 대구의 미래를 위한 고민이 더욱 절박하게 다가온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