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늦은 가을인가..

코로나 19로 인해 단절된 세상을 살다가 아내의 성화에 삼성여행사에서 진행하는 장가계 투어를 다녀온 뒤 삼성여행사에 대한 신뢰가 생겨 코로나 이후 두 번째 여행지인 함양을 아내와 함께 가게 되었다.

전전날부터 계속되었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는 항상 술이 있었고, 사흘을 줄 곳 그렇게 달리다 보니 체력의 한계가 절정에 다다를 즈음 아내의 눈치를 보며 흔들리는 정신과 몸을 추스리며 삼성여행사의 버스에 몸을 던졌다.

  어떻게 왔는지 모르게 도착한 곳은 오곡밥 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그곳에서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밥을 칙사 대접받는 느낌으로 먹고 난 후 행복한 여자(幸女)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지역 가이드의 소개로 오늘 삼사 순례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문득 돌아가신 장모님이 살아계실 적에 함께한 삼사 순례가 떠오르면서 묘한 기운이 나의 전신으로 퍼지는 걸 느끼면서 아마 내가 이 몸을 이끌고 삼사 순례는 한다는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장모님의 후덕 때문이 아닐까..

  용추사 입구의 용추계곡은 말 그대로 용이 승천을 하듯 하얀 속 살을 드러내며 하늘로 쏟고 고저넉한 용추사 아침의 맑은 기운은 속세에 찌들은 나를 깨끗이 씻어내면서 마음을 단정하게 하라고 말을 건네고 처마 너머로 비취는 햇살은 태양의 여실함을 드러내면서 당당하지 못한 나를 이 속에 가두어 버린다.

  용추사를 떠나 한참을 달려 벽송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갈래 길에서 왼쪽으로는 서암정사이고 휘돌아 가는 길은 벽송사 가는 길이다.

헐떡이는 숨을 뒤로하고 벽송사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마주하는 전나무는 말없이 위엄을 나타내고 선방을 지나 임제 의현선사의 상이 걸려있는 방에서 9배를 하고 선승들의 동안거에 해가 될까 조심스럽게 다시  서암정사로 향했다.

 

서암정사 입구에는 일주문을 대신하여

百千江河萬溪流 (백천강하만계류)

同歸大海一味水 (동귀대해일미수)

森羅萬象各別相 (삼라만상각별상)

還鄕本來同根身 (환향본래동근신)

"백천 강물 만 가지가 시내로 흘러

 바다에 모이니 한가지 맛이네

 삼라만상 온 갖 모양이여

 근원에 돌아가니 원래가 한 몸이라."

 

깨달은 선지자의 오도송이 적혀있고

사찰 구석구석 내 대만 사찰의 인위적이고 이색적인 분위기가 낯설고 어색함을 뒤로하고

지권인의 수상을 한 비로자나불을 만나 예를 표하고 버스 출발시간을 맞춰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독실한 불교 신자라도 삼사순례는 쉽지 않은데 용추사, 벽송사, 서암정사라는 국내 최고의 사찰을 갑진년 신년 벽두에 삼사 순례 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다.

살다 보면 한 번씩 나에게도 럭키한 일이 생기는데 아마 삼성여행사를 만난 것 또한 내 인생에 럭키한 일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끝까지 안전한 여행과 회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삼성여행사의 이쁜 가이드님께도 감사를 표합니다!

   

                                                                2024. 0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