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나들이 단상斷想

   지난 7월25일 집사람과 함께, 삼성여행사의 여행상품인 하동의 ‘쌍계사·화개장터·매암다원·송림공원과 삼성궁’을 버스로 하루 나들이를 하였다.

  갔다 온지 보름이나 지났음에도 그때의 소소한 감동의 여운은 길다. 지리산 자락 에서 푸른 학을 타고 운무를 헤치며 산등성을 넘나드는 선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짬을 내서 청학동에서 하루 정도 묵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곤 했다.  

  이러던 차에 집중호우로 섬진강의 제방이 무너져 하동을 비롯해 인근 구례·남원의 마을 일부가 침수되고, 화개장터의 상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에 들렀던 곳인데, 멀리 있어 직접 도움도 되지 못하고 가족이 피해를 입은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적은 성금으로 대신하였다.  

   격려와 위로의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어 생각하다, 뒤늦게 ‘하동 나들이 단상’이란 제목으로 여행후기를 남겨본다. 여행사의 후기코너에 같은 날 나들이를 한 일행 중 두 분이나 좋은 사진들을 올려, 중언부언하는 것 같아 사진은 첨부하지 않았다.  

  이번 여행상품에 참여하게 된 것은, 하동은 지리산을 품고 섬진강변에 자리하여 넉넉하고, 대하소설 ‘토지’의 공간적 배경이기도 한 악양면 평사리의 넓은 들녘이 있어 그런지, 하동은 안온함이 느껴져 좋다.  

  그리고 일정 중 차밭 투어가 있어, 특히 지리산 화개자락의 차밭의 푸르름에는 정갈함이 있어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아 더욱 좋다. 

  우중임에도 일정대로 처음 들르기로 한 쌍계사에 잘 도착하였다.  

계사에는 세 번째이나, 삼신산의 자락에서 운무가 피어오르고, 비를 머금은 무성한 숲은 짙푸르름으로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쌍계사는 처음이다. 오묘한 아름다움이다.  

봄이 되면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리 벚꽃 길도 환상적이지만, 장마 비의 연출로 마련된 풍광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소한 감동에 젖게 한다.  

절의 들머리를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지팡이 끝으로 글을 썼다는 쌍계雙溪와 석문石門 두 바위와 나무장승은 여여如如하게 중생들을 피안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석문은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서는 경계로 큰 절의 산문과도 같다.  

정해진 일정으로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부전 스님이 사시불공巳時佛供중인 대웅전의 부처님 전에 가족의 안녕과 코로나19의 조기종식을 기원하고, 내려오면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막내의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기와불사를 하였다.  

절의 계곡을 따라 내려왔다. 절 이름에 담겨있듯이 두 개의 계곡의 물이 하나 되어 흐르는 쌍계의 바위 골짝을 지나는 물은 나를 낮추고 소리 내며 아래로 아래로 흘러간다.

   쌍계의 물소리의 여운과 함께 섬진강의 물길 따라 화개장터에 도착했다. 

장터는 상설시장의 분위기다. 집사람은 소설 ‘토지’를 읽었던 기억을 더듬어 어디에도 없는 월선네의 주막을 찾으며, 흑백사진의 예스런 풍경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한다.

화개장터는 여전히 시끌벅적한 시골 장날이다. 이곳 장터는 오래전부터 전라도와 경상도의 물산을 사이에 두고 장꾼들이 흥정을 하며, 서로 부대끼며 살아온 삶의 온기가 느껴지기 때문일 게다.  

화개장터는 지명 화개와 같이 활짝 꽃을 피우고 자태를 자랑하며 장꾼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장터를 오고 가는 장꾼들의 활기찬 삶에서 잔잔한 감동이 전해진다.  

  장터를 뒤로하고, 매암다원의 차밭에 도착했다. 간간이 내리던 비도 그치고, 해가 나오면서 찻잎의 초록은 싱그럽게 더욱 빛난다.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사람들은 차밭의 고랑 사이를 거닐면서 ‘좋다’는 말만 하고 있다. 넓은 차밭을 오가며 건강한 찻잎의 정가로움을 즐기는 것  같다.  

차밭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하고, 매암 다방에서 줄을 서서 홍차를 주문하여 차밭을 바라보며 홍차의 목 넘김을 느껴본다.  

특히나, 일상에서 벗어나 차밭에서 전원적인 풍경을 즐기면서 차를 우려내어 마시는 행다行茶하는 움직임에는 아름다움이 베어난다. 이 또한 소소한 즐거움이다.

   다시 섬진강을 따라 송림공원에 도착하였다. 260년이란 세월의 흔적을 오롯이 담고 있는 소나무 숲은 장중함으로 객들을 맞고 있다. 보는 이는 소나무의 귀족적 풍모에 스스로 겸손해진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길을 걸었다. 흰 모래와 푸른 소나무, 백사청송白沙靑松의 고귀한 자태와 쉬임 없는 강물과 집사람과 함께하는 모처럼의 한가로움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버스는 일정의 마무리 코스인 삼성궁으로 향한다.

 궁은 청학동 도인촌의 골짜기 서쪽 능선 너머에 있어 산속으로 청학동 마을을 지나며 굽이굽이 돌아서 들어간다. 속계에서 느낄 수 없는 유현幽玄함이 충만하다.  

예로부터 지리산 청학동은 이상향의 유래가 존재해 오던 곳으로 삼신봉 동쪽 능선 아래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깊은 골마다 집들이다.  

어느 소설에 나오는 대화처럼 ‘신선이 따로 있나 이렇게 사는 게 신선이지’ 하며, 도가적인 삶을 꿈꾸며 소박한 일상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삼성궁의 주차장에 도착 하였다. 커다란 조형물의 청학이 마중을 하고 있다.

궁의 입구에 있는 안내문에는 ‘청학선원 삼성궁’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궁이 어떤 곳인지 선뜻 와 닿지는 않는다. 궁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보았다. 

1983년부터 이곳 청암면 묵계리 출신인 강민주 한풀선사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화전민이 버리고 떠난 자리에 나무를 가꾸면서 돌을 모으고 쌓고, 옛 고조선의 정신을 이어가고 ‘환인·환웅·단군’을 모시기 위해 삼성궁을 세워,  

이곳이 소도蘇塗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쌓은 돌탑솟대를 쌓고 한반도와 만주를 상징하는 연못을 조성하고, 수행자들은 이곳에서 생활하며 신선도를 수행하는 도량道場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전서체로 쓴 ‘선국鮮國’으로 보이는 현판이 걸려있는 솟을대문에서 출발하여 환인·환웅·단군을 봉안하고 있는 건국전에서 삼성에 대한 경배를 하고 돌아오는데 2시간여 걸렸다,

궁은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33만 평방미터, 약 10만평 규모의 큰 골에 자리하고 있어, 그 규모에 사람들은 압도된다. 돌로 쌓은 구조물들의 조화로움에 또 다시 놀린다.  

이곳이 소도蘇塗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쌓은 돌탑솟대 1,500여개가 3,333개가 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 하며,  

한반도와 만주의 상징으로 조성된 연못을 비롯해 길, 돌담, 정교한 돌조각, 돌 구조물과 전각들은 스스로 그러하게 된 듯이 모두 제자리이다.  

   더불어 조화롭다. 조화의 신비로움은 충격이다. 한풀선사와 수행자들이 한 마음으로 수십 년간의 행선行仙이란 움직임이 이루어낸 것이다. 머리 숙여 경배를 표합니다.  

   한편, ‘검달길’ 표지를 따라 걷는 내내 몸과 마음은 숲속의 작은 집에서 쉬는 듯하다. 터에서 오는 땅기운과 좋은 길벗 숲, 작은 폭포, 연못, 돌과 바위와 주고받는 맑은 기운들이 주는 안온함이다. 

길목마다에 돌조각들은 정교하면서도 거친 질감은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도중, 둥근 얼굴을 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허허롭게 웃고 있는 돌조각이 ‘우리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얼까?’ 하는 생각을 두고 하산하였다. 

  이번 나들이는 ‘감사하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싶다. 우중임에도 비를 피하며 시원하게 다니도록 해주신 날씨님, 배려 깊은 인솔을 해주신 최재현 가이드님, 안전운행을 해주신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그리고, 국내여행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삼성여행사의 큰 발전을 기원합니다. 

   끝으로 수해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빠른 복구을 기원하며, 특히 화개장터의 상인 분들 홧팅 하십시오.  

   감사합니다.